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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의 통한' 단양 곡계굴
진상규명·보상 나선다

25일은 6·25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7주년이다. 이날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리 북벽(北壁)은 수직기암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남한강이 휘몰아쳤다. 크고 작은 급류가 조화를 이루는 이곳에서 젊은이들은 스릴 만점의 래프팅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젊음이 넘치는 이곳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리 느티마을 곡계굴에서는 66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씻을 수 없는 통한의 학살사건이 벌어졌다. 1951년 1월20일(음력 1950년 12월13일) 오전 10시께 느티마을 뒤편 곡계굴에 피신해 있던 마을 주민 등 300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고, 가옥 50여 채가 불에 탔다. 이날 미군 5공군 예하 35전투요격단, 49전투폭격단, 7·9전투폭격대 소속 F-51기와 F-80기 11~13대의 네이팜탄 공격에 곡계굴 안에 있던 주민 대부분은 불에 타거나 질식해 숨졌고 이를 참지 못해 밖으로 나왔다가 기총 사격에 숨지거나 다쳤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08년 5월 곡계굴 미군 폭격사건 희생자 167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인근 하리 2명, 용진리 3명 등 모두 172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단양 곡계굴 미군폭격사건은 이랬다. 1·4후퇴에 단양군 영춘면과 강원 영월·태백 등 주민 300여 명은 봇짐을 지고 남쪽 가곡면 향산리로 피란을 가던 중 미군이 피란민 중에 북한군이 숨었을 수 있다며 도로를 탱크로 막고 통과시키지 않자 피란민들은 자구책으로 곡계굴에 피신했다. 동굴에서 10여 일을 숨어 지낸 1월20일 느닷없이 미군 폭격기가 곡계굴을 폭격했고 이에 놀란 피란민들이 흰옷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흔들었지만 미공군의 무차별 폭격은 멈추지 않았다. 동굴 밖으로 나온 주민도 기총 사격에 꼼짝없이 당했다. 진실화해위는 2년 조사 끝에 172명이 희생됐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조사보고서에 남겼다. 2008년 마을에서는 당시 공포에 질린 희생자들의 표정을 담은 토우(土偶) 172점을 곡계굴 바로 앞에 재현했다. 이 토우는 단양 출신 토우작가 김만수(55)씨가 제작해 57주기 합동위령제 때 안치했다. 미공군의 무자비한 폭격에도 천신만고 끝에 50여 명이 생명을 구했다. 이 가운데 당시 4살이었던 단양곡계굴유족회 조병규(71) 회장도 목숨을 건졌다. 그는 할아버지와 고모, 동생 등 가족이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 조 회장은 "13살 고모가 나를 업고 할아버지 등과 굴 안으로 피신했는데, 퀴퀴한 냄새에 울었더니 들킨다며 폭격 전날 밤 집을 지키고 있던 어머니한테 보내져 천운으로 목숨을 건졌다"며 "작은 아버지도 굴에 들어갔다가 죽었다고 했는데 다행히 생존했다"고 말했다. 마을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조 회장의 고택도 피해를 봤다. 그나마 집을 지키던 어머니가 행랑 한 채만 간신히 건져냈다. 조 회장은 단양곡계굴유족회 초대 회장을 지낸 아버지와 2대 회장을 지낸 고 엄한원씨의 뒤를 이어 진실규명에 나서고 있다. 아버지 조태원(91) 초대 회장은 "진상규명한다며 조사만 수없이 했지만 처음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대를 이은 조 회장은 미군이 폭격했다고 하지만 무정부 상태도 아니었으니 이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유족은 물론 마을 전체에 보상을 해야 한다고 국회 세미나 등에서 강력히 주장했다. 고향에 내려온 지 10년이 된 조 회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곡계굴 진상규명에 발벗고 나서 성과를 끌어냈다. 곡계굴 현장 인근에 건립 계획인 역사관과 함께 지난해 1월과 4월에는 단양군과 충북도에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했다. 법률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제천·단양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은 지난 5일 '단양군 곡계굴사건 및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과 추모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민간인 희생자 진상규명을 비롯해 희생자의 유해발굴,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 의료지원금, 곡계굴사건 관련 추모사업 등이 주요 내용이다. 조 회장은 "이미 172명이 희생됐다는 인증을 받았음에도 아직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법률안이 제정되면 적절한 보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2월 출범해 5년간 활동한 뒤 2010년 12월 이명박 정부 시절 해산한 진실화해위가 문재인 정부 들어 재개될 것이 확실하면서 곡계굴 미군폭격사건의 진실규명과 보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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