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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현백 장관의 '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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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8-09 11: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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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혼술'(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을 한다고 했다. 최근 열린 여가부 출입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밝혔다.
 
 정 장관은 70년대 말부터 혼술에 통달했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팽배했던 시절이었다. 여성의 음주자체에 색안경을 끼던 '꼰대'들이 지천이었다. 술집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정 장관의 젊은 시절을 떠올려보면 뭔가 뭉클한 게 있다.
 
 경험상 대다수 애주가들은 떠들썩한 술자리를 즐기지 않는다. 술의 진정한 가치는 홀로 술잔과 대면하는 순간에 빛난다고 그들은 입을 모은다.

 혼술은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마치 배화교(拜火敎·조로아스터교) 신자가 불꽃을 바라보듯 술잔을 응시한다. 과하지만 않다면 혼술은 반성과 성찰에 제격이다.
  
 우리나라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정 장관에게 혼술의 시간이 쉽게 주어질지 모르겠다. 여성혐오, 경력단절, 일자리창출, 화해·치유재단 존폐여부 등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할 일들이 지천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이 총괄하는 여가부는 18개 정부부처중 '왕따'다. 예산과 인력만 놓고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올해 여가부의 예산은 7000억원 남짓. 400조원에 달하는 정부예산의 0.18% 수준이다. 부처 인원도 25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부처의 위상이 어지간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국(局)보다도 옹색하다.
 
 이 옹색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여가부 관계자들은 만날 때마다 자신들의 처지를 읍소하며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를 탓해왔다. 올해로 출범 16년째를 맞는 정부부처가 기재부가 두드리는 계산기만 바라본다.
 
 정권교체기 때마다 존폐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워야하는 처지의 여가부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여성계의 많은 이들은 이 부처의 시작과 현재를 나란히 비교할때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돈과 인력을 탓하기 전에 돈과 인력을 끌어올만한 새로운 시도를 여가부는 그동안 얼마나 했는지 궁금해 한다.
 
 우리나라 여성정책은 여전히 미완의 영역이다. 여가부의 존재자체만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양성평등이 요원하다.

 정 장관에게 혼술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장 여가부의 반성과 성찰부터 술잔에 담아야 한다. 독배라 할지라도 들이켜야 한다.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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