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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리포트③] "결혼만 포기하면 모든 게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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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1-29 06:47:35  |  수정 2017-01-29 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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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싶지 않아도 가난이 포기하게 하는 결혼
 정부 결혼 독려책은 헛발질…싱글족 서러워라
 "자식 사교육에 돈 쏟기보다 내 인생에 돈 쓰자"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경쟁 위주의 입시 교육과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은 청년들에게는 '결혼'이라는 전통적 숙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경제적 짐과 결혼에 주는 역할 부담의 문제로 인해 많은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느냐' 혹은 '비혼을 선택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결혼과 이혼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51.9%에 그쳤다. 2010년 64.7%에서 불과 6년 만에 약 13%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 특히 여성의 경우 47.5%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과거엔 결혼이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숙제로 여겨졌다면 최근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풍조와 맞물려 결혼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가난한 청년들, 결혼을 포기하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결혼 비용은 가정을 꾸리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웨딩컨설팅 업체 '듀오웨드'가 지난해 발표한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 자금을 조사한 결과 평균 비용이 2억7420만원에 달했다. 1년 전인 2015년보다 3622만원(15.2%)이나 증가한 수치다. 비용 중 70%(1억9174만원)가 주택 장만 비용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대목은 나이가 어릴수록 신혼집에 쓰는 돈이 많았다는 점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의 청년일수록 결혼을 일찍 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청년은 결혼에 필요한 비용을 버느라 결혼이 늦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심각해지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기 자체가 늦어지다 보니 이에 따라 자연스레 만혼과 비혼도 늘어나고 있다.

 저소득 청년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노동사회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 '저출산과 청년일자리'에 따르면 임금 수준 하위 10%에 속하는 20~30대 남성의 결혼 비율은 6.9%에 불과한 반면 상위 10%는 기혼자 비율이 82.5%나 됐다. 여성 역시 하위 40%의 기혼자 비율은 28.1%인 반면 상위 10%의 결혼 비율은 76.7%로 높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에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안정된 적정임금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정책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혼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싱글세까지?

 고용 불안정과 소득 불충분으로 인해 결혼 시기가 늦어지거나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인데도 정부의 결혼 독려 정책은 핵심을 벗어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내놓은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혼인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2019년까지 혼인신고를 하는 부부에게는 맞벌이일 경우(개인 소득 7000만원 이하) 연말정산 때 세금 100만원을 깎아주는 정책이다.

 만혼과 비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신혼부부에게 재정 및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는 의도에서 도입된 정책이다.

 그러나 세금 100만원 덜 내자고 결혼하겠다는 사람들이 있겠냐는 평가가 나왔다.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대에 이미 결혼에 골인한 청년들에게 세제지원을 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런 시도는 싱글세 논란을 재점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결혼을 한 청년들의 세금을 깎아준다면 비혼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2030 욜로족에 대한 오해, 오늘만 즐기는 세대라고?

 지난해부터 2030세대에게 화두로 떠오른 YOLO(You Only Live Once)의 핵심은 한 번 사는 인생, 후회없도록 현재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현재를 저당잡히지 말자는 모토다.

 YOLO족(族)들은 "셋집에 어디 돈을 투자해"라며 화들짝 놀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채 월셋집에 직접 도배를 한다. 언제 나타날 지도 모르는 미래의 짝과 가정을 꾸리기 위해 월급과 휴일·야근수당을 몽땅 저금하기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마음껏 여행도 다닌다.

 그러나 욜로족이 마치 즐기는 데에만 혈안이 돼 '오늘만 사는' 무책임한 세대로 취급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청년들의 생활 철학은 저성장,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자기 위안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월급을 따박 따박 저금한다고 해도 저금리에 이자는 쥐꼬리만큼 밖에 붙지 않는 시대다. 재산 형성을 위해 여가도 건강도 포기한 채 아둥바둥 살아봤자 기성세대만큼은 잘 살 수 없다는 것을 청년들이 간파했다는 것이다.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극심한 취업난을 겪었고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을 했더라도 박봉에 시달리는 젊은이에게는 더 이상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사교육비에 수천, 수억원을 쏟아붓는 것이 인생의 진리가 아니다.

 내 먹거리, 내 즐길거리를 위해 투자하는 자기애(自己愛)적 트렌드가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유는 저성장,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자기위안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칭 욜로족인 사운드 디자이너 이모(29)씨는 "흥청망청 쓰느라 모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요즘 세상에 여행 등 소소한 즐거움을 포기한다고 부모님 세대처럼 집을 살 수 있으리란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결혼·출산 등을 포기한다기보단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세상이 됐다는 점을 기성세대도 알아야 할 때"라고 항변했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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